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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실 벽과 칠판
책상들
그 무엇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나 역시 아무 할 말이 없다
공기 중엔 무언가가 짙게 깔려 있다
때때로 내 폐로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나는 생기를 잃는다
그럼에도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이 곳에서 나는
눈은 뜨고 있으나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귀는 들리지만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
숨은 쉬지만 한 순간도 살아 있지는 않다
등뒤로 흘러가는 시간과
앞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번갈아 처다본다
영혼은 내 몸속 깊숙한 곳에 자신을 숨긴다
벽처럼 칠판처럼 책상처럼
나는 내 자리에 앉았다
나는 이 공간에 글을 쓰면서 나를 치유하고 싶다. 예전 일들을 다시 되짚어 보고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싶다. 가끔 '내 마음에 병이 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그러곤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답답하다. 그리고 분노하게 된다.
6시쯤 일어나 밥을 먹고 작은 버스에 오른다. 7시 20분까지 등교하면 7시 30분쯤 부터 영어 듣기 방송을 듣는다. 수업과 쉬는시간이 반복되고 점심을 먹는다. 또 수업과 쉬는시간, 보충수업이 이어진다. 저녁을 먹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나면 밤 10시가 된다. 집에 가면 10시 반. 씻고 잠자리에 든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아침이다. 방학에는 보충 수업을 했다. 3학년에 되자 하교 시간이 한시간 더 늦춰졌다. 3학년은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갔다. 토요일엔 평일보다는 일찍 하교했던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일요일에 쉴 수 있었다.
아이들은 몇 명씩 무리를 지었다. 중학교 때처럼 구분 없이 서로 뒤섞여 지내는 일은 없었다. 그 와중에서 은근히 소외되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교실 분위기와는 달랐다. 전쟁 상황이었고, 우리는 적군에 맞서 같이 싸웠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게 아군은 아니었다.
'외로움.' 우리 중에 외롭지 않은 아이가 있었을까? 있었을 것이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즐겁게 학교 생활하는 아이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럭저럭 생활하는 아이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활달하고 붙임성도 좋아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갈 수 있는 성격이었더라면 즐겁게 지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외로웠고 이러한 고등학교 시스템이 누구보다도 더 고통스럽고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에게 그 때의 상황은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손과 발이 묶이고 눈과 입과 코를 다 막아 버린 것 같았다. 분노가 가슴 깊이 파고 들어갔다. 공부에 대한 나의 질문은 이런 시스템에 대한 의문과 분노, 좌절로 바뀌어 갔다.
나의 피해 망상일 뿐일까? 정작 문제는 나였고 나만 힘들었던 것일까? 그 시절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지금의 고등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분으로 생활하고 있을까? 이 땅에서 아이들이 자라도 되는 걸까?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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